[시론] 새해 에너지정책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입력 2022-01-02 17:22   수정 2022-01-03 00:04

지난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의 회귀(resilience)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에너지 시장도 정상화되면서 전년에 급감했던 에너지 수요 또한 원상 복귀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다른 한편에선 2015년 타결된 파리협정이 발효되는 시점에 이상기후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11월 말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대해 지구촌 차원의 견고한 합의를 끌어내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런데 에너지 수요가 회복되면서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하고, 가스와 석탄 가격 역시 수급의 불일치로 급등하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국내적으로도 에너지정책에서 비슷한 이슈들이 있었다. 에너지 수요가 회복되고,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에너지 가격도 전반적인 인상요인이 커졌다. 휘발유나 경유 같은 석유제품은 세금의 인하로, 가스와 전기와 같은 공공요금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원가연동제의 시행을 유보하면서 공공부문이 부담을 떠안았지만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올해 국제 에너지시장은 세계 경제 회복에 크게 좌우되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소비가 2.2% 정도 늘어나며 국제유가도 전년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일단 전망한다. 그런데 최근 국제 석유, 가스 가격의 급등이 화석연료의 ‘대반격’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에너지 수급구조로의 전환은 현재로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대세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후합의를 바탕으로 에너지안보와 환경을 종합 고려한 정책 점검(review)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요인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대비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에너지정책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 시작은 아마도 탈원전이 될 것이다. 이미 유력 대선 후보들이 사업이 중단된 ‘신울진 3, 4호기’의 건설을 검토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다. 만약 이에 대한 정책 변화가 있으면 지난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제기될 수 있다. 설사 현 정책의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이를 실현할 세부 계획과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은 그 내용이 청사진 수준이어서 이를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실행계획이 부족하다. 한 예로 서남해안과 울산 해안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발표됐지만 아직 구체적 재원조달이 미비하고, 전력망 보강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에너지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제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짜야 한다. 우리 에너지시장은 세계시장의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과거에는 개도국 지위를 고수하면서 국제사회의 의무를 덜 지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기후악당’이란 오명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유럽연합이 시행을 예고한 ‘탄소국경세’와 같은 실질적인 제재까지 예상해야 한다.

둘째, 이상에 치우친 탈원전 명분으로 국내에서는 원전을 안 지으면서 해외에는 수출한다는 자가당착적 상황에 빠져선 안된다. 이제 탈원전 같은 정치적 논란보다는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우리 실정에 보다 적합한지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재검토 기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심화되고 그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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